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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스트라이드 심층 리뷰 (줄거리, 인물분석, 결말포함)

by 히진모먼트 2025. 12. 9.

영화 퍼스트라이드 포스터 사진

퍼스트 라이드는 강하늘, 김영광, 차은우, 강영석, 한선화가 출연한 2025년 청춘 어드벤처 코미디 영화로, “24년 지기 사총사”의 첫 해외여행을 다루지만 사실은 웃음보다 눈물이 더 오래 남는 우정극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연민(차은우)의 내레이션으로 “이건 슬픈 이야기”라고 못 박으며 시작해, 관객에게 처음부터 이 여행이 단순한 코미디가 아님을 암시합니다.

줄거리 요약 – 네 명으로 시작해, 세 명으로 끝나는 여행

어린 시절, 동네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조용한 아이 연민은 태정, 도진, 금복을 만나 비로소 ‘우리’가 됩니다. 네 소년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함께 통과하며 언제나 같은 교실, 같은 골목을 공유한 사총사가 되고, 언젠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겠다는 약속을 반복해 되뇌입니다.

수능을 마친 어느 날, 연민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네 사람은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태국으로 졸업 여행을 계획합니다. 부모들을 겨우 설득해 비행기와 숙소까지 모두 예약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이 여행은 무산됩니다. 버스를 놓치고, 타이밍이 어긋나고, 결국 “다음에 가자”라는 말만 남긴 채 각자의 길로 흩어지게 됩니다.

시간은 흘러 10년 뒤, 서른이 된 태정, 도진, 금복은 서로의 안부조차 잘 모르는 어색한 사이가 되어 있습니다. 정치인의 보좌관으로 치열한 현실에 찌든 태정, 정신과 병원에서 퇴원한 도진, 승려의 길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금복. 그리고 한때 이들과 함께 미래를 꿈꿨던 연민은, 이제 사진과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되었음을 영화는 천천히 암시합니다.

네 사람의 약속을 다시 떠올린 태정과 금복은 갓 퇴원한 도진을 설득해 “그때 못 갔던 태국 여행”을 다시 떠나기로 합니다. 다만 이제 연민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그의 얼굴이 프린트된 실제 크기의 인형으로 대체됩니다. 친구들은 “연민도 같이 가는 거다”라며 인형을 끌고 공항으로 향하고, 비행기 안에서 태정을 짝사랑해 온 옥심(한선화)이 무작정 합류하면서 이들의 여행은 본격적인 소동극으로 전개됩니다.

태국에 도착한 이들은 쏭크란 축제, 클럽, 값싼 숙소, 술과 싸움, 오해와 사건사고를 연달아 겪으며 경찰서 유치장을 들락거립니다. 여행은 엉망이지만, 동시에 이 엉망진창한 상황 속에서 세 사람은 서로에게 쌓아뒀던 불만과 상처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도진은 연민 인형에 집착하며, 마치 실제 연민이 곁에 있는 것처럼 말하고 웃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반전과 결말 – 연민의 부재를 인정하는 순간

영화의 tone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후반부, 이들이 장기 밀매 조직에 휘말리며 목숨을 잃을 뻔한 장면에서입니다. 건물 안에 불이 번지고 모두가 탈출하려는 찰나, 도진은 끝까지 연민 인형을 구하겠다며 불길 속으로 뛰어들려고 합니다. 그동안 친구들은 도진의 행동을 “정신병을 앓은 친구의 엉뚱한 집착” 정도로만 여겼지만, 이 순간 영화는 진실을 드러냅니다.

사실 연민은 오래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고, 도진이 겪었던 정신적 붕괴의 근원에는 연민의 죽음이 있습니다. 네 사람이 함께했어야 할 과거의 어떤 순간에, 도진은 연민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깊은 죄책감을 안게 되었고, 그날 이후 그는 ‘연민이 아직 곁에 있다’는 환상에 매달려 버틴 것입니다. 친구들이 그를 말리며 연민 인형을 놓아주자고 설득하는 장면은, 단순히 인형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동안 붙잡고 있던 죄책감과 상실을 놓아주는 의식처럼 그려집니다.

결말부에서 태정, 도진, 금복은 결국 연민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함께 인정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가 있었기에 자신의 청춘이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 그와의 우정이 여전히 현재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입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 여행이 네 명이 함께 떠난 첫 번째이자 마지막 해외여행이었음을,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첫 번째 라이딩’을 끝까지 완주했다는 감각이 조용히 스며듭니다.

인물과 관계의 심층 분석

퍼스트 라이드는 네 친구의 캐릭터를 통해 우정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책임감에 짓눌린 태정, 밝음을 가장하지만 속이 문드러진 도진, 엉뚱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주변을 예민하게 바라보는 금복, 그리고 존재 자체가 빛이자 상처가 되는 연민. 겉으로는 서로를 놀리고 비웃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서로에게 기대어 버틸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점이, 과장된 코미디를 뚫고 나오는 진짜 정서입니다.

옥심은 이 남자들만의 폐쇄적인 세계에 무턱대고 끼어드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이 여행이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막아주는 안전장치 같은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태정을 향한 집착 섞인 호감이 때로는 불편하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마지막 국면에서 옥심이 보여주는 용기와 행동력 덕분에 이들의 여행은 비극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 ‘다음에’라는 말의 잔인함

퍼스트 라이드는 끝내 하나의 문장을 관객에게 남깁니다. “다음에 가자”라는 말을 너무 쉽게 꺼내왔던 우리의 습관에 대한 후회입니다. 언젠가는 같이 여행하자, 언젠가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언젠가는 다시 만나자. 하지만 그 ‘언젠가’는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고, 때로는 영원히 오지 않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상처를 안고 남습니다.

연민의 죽음은 단지 눈물 버튼을 누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미루고 미뤄온 “첫 여행”이 결국 장례식 같은 통과의례가 되어버린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코미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사실상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네 사람의 시간이 어떻게 어긋났는지를 추적하는 성장담에 가깝습니다.

결국 퍼스트 라이드의 핵심은 “우리의 첫 번째이자 한 번뿐인 삶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얼마나 미루지 않고 잡아낼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다소 산만한 연출과 호불호 갈리는 코미디에도 불구하고, 연민의 내레이션과 마지막 반전이 남기는 감정의 잔향은 꽤 오래 이어집니다. 학창 시절 네 명으로 시작해 결국 세 명만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 여행은, 우리가 잃어버린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쓸쓸한 청춘의 기록이기도 합니다.